
麻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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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
디테일과 뉘앙스
모로가 그린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귀스타브 모로는 부담스러운 예술가이다. 하지만 그의 매력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그의 그림은 너무 ‘무겁다.’ 그림에 얹는 게 많아서다. 그는 조형요소를 경쾌하게 다룰 줄 모른다. 애초부터 그런 건 관심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발걸음이 무겁다보니 발걸음을 미처 다 떼지 못한 경우, 그러니까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 많다.
모로는 인상주의 그룹을 이끌었던 드가와 한때 둘도 없는 친구였다. 모로와 드가가 자신들의 스타일을 갖춘 뒤에 보여준 작품들을 떠올리면 이 두 사람의 접점을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1850년대에 이탈리아에서 미술을 연구하면서 만나서는 친해졌다. 모로가 예술가로서 선배였고, 이제 막 자신의 방향을 모색하던 드가는 심적으로 모로에게 많이 의지했다. 나중에 드가가 당대 주류 미술에서 벗어나 당대의 일상을 직접 관찰하는 예술로 나아가면서, 모로와 드가는 멀어졌고, 나중에는 서로에 대해 비아냥댔다.
스핑크스는 산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행인을 붙들고 수수께끼를 내고는 맞히지 못하면 죽였다. “아침에는 네 발로 걷다가 점심에 두 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인가?” 답을 맞히지 못하면 물어 죽였다.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맞혔다. 그러자 스핑크스는 분을 못 이겨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모로가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를 그린 그림은 특이하다.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의 가슴에 발을 얹고 있다. 그 발톱으로 오이디푸스를 찢어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고양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발톱을 안으로 숨기고 사뿐히 발을 얹었다. 회화는 하나의 순간을 묘사하기 때문에 모든 회화는 수수께끼를 낸다. 이 장면의 바로 앞은 어땠을까? 이 장면의 바로 다음은 어떨까? 대충 짐작컨대 스핑크스가 낸 문제에 오이디푸스가 답을 맞힌 다음 순간이다.
스핑크스는 마침내 이런 순간이 올 거라는 걸 몰랐을까? 언젠가 누군가는 답을 맞힐 것이다. 그렇다면 스핑크스는 어찌 해야 할까? 신화에서는 스핑크스가 분을 못 이겨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죽었다고 한다.
덫을 놓고 나그네를 잡던 괴물들은 한 사람이라도 나그네가 덫을 빠져나가면 죽어야 한다. 불길하고 짐작도 할 수 없는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응징, 처형이라고 흔히 해석한다. 오디세우스 일행을 유혹하려던 세이렌도, 오디세우스 일행이 무사히 빠져나가자 투신자살했다고 한다. 그런데 애초에 목소리로만 존재했던 세이렌이 투신자살할 수가 있나? 이야기는 계속 살이 붙고 괴물은 육체적으로 매력적인 존재가 되어 간다. 애초에 목소리뿐이었던 세이렌은 날개 달린 새로 묘사되었다가 유럽 내륙의 괴물 전설과 결합해서 섹시한 인어로 바뀌었다.
아무튼 모로의 그림에서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너무도 강렬해서 온갖 상상을 뻗어볼 수 있다.
1. 스핑크스는 (늘 그랬듯)이렇게 나그네의 가슴에 앞발을 얹고 문제를 냈다.
2. 그런데 왜 스핑크스의 눈빛이 아련한가? 마침내 문제를 풀 자가 나타났다는 걸 오이디푸스의 눈을 보는 순간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마지막 날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은
3. 오이디푸스가 문제를 풀자 스핑크스는 그에게 달려들어 가슴에 발을 얹었다. 왜?
4. 비밀이 푼 자에 대한 원망과 저주 때문에. 하지만 누가 봐도 저 둘의 눈빛은 서로 사랑하거나 사랑했던 이들의 눈빛이다.
5. 오이디푸스는 어찌 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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